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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잠들고 깨어나는 하루: 내 몸속 생체 시계 이야기 - 2

by 꾸떼르 2025.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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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적응과 교대 근무, 생체 리듬을 지키려면?

일상을 보내다가도, 가끔은 우리의 생체 시계가 큰 도전을 맞이할 때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해외 여행으로 시차가 바뀔 때 야간 교대근무를 할 때예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살펴볼까요?


✈️ 여행으로 시차가 달라졌을 때: 비행기를 타고 동쪽이나 서쪽으로 멀리 이동하면 낮과 밤 시간이 뒤바뀌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면 현지 시간은 한국과 완전히 반대라서, 우리 몸속 시계는 한밤중이라고 느끼는데 현지에서는 한낮이거나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지죠.

 

이렇게 시간대가 달라 생체 리듬이 어긋나는 현상을 시차증이라고 합니다.시차증을 극복하려면 가능한 한 빨리 현지의 시간대에 몸을 맞추는 것(시차적응)이 핵심입니다.

 

낮에는 최대한 밖에 나가 햇빛을 쬐고 활동적으로 지내고, 밤이 되면 처음엔 잠이 안 오더라도 불을 끄고 정해진 취침 시간에 눕는 것이 좋아요. 도착 첫날 아주 피곤하다면 낮에 짧게 낮잠을 자도 괜찮습니다.

단, 낮잠을 너무 오래(30분 이상) 또는 늦은 오후에 자버리면 밤에 더 잠이 안 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일부 사람들은 비행기 안에서부터 목적지 시간에 맞춰 생활하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도착지가 밤이면 기내에서 일부러 자두고, 도착지가 아침이면 비행 중 억지로 깨어있는 식이죠.) 여행 떠나기 며칠 전부터 평소보다 취침/기상 시간을 조금씩 조정해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렇게 미리미리 몸속 시계를 앞당기거나 늦춰두면 현지에 가서 충격이 덜하거든요. 마지막으로, 물을 충분히 마시고 비행 중 알코올은 피하는 등 컨디션 관리를 잘하면 시차 적응에 도움이 됩니다.


🌙 밤에 일하고 낮에 잘 때 (교대근무): 야간 근무나 교대 근무를 하는 분들에게 생체 리듬 관리는 정말 큰 숙제입니다.

한밤중에 일을 해야 하고, 대신 햇빛이 밝은 낮에 잠을 자야 하니 몸속 시계 입장에서는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뀌는 셈이죠.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성 환경 조성이에요. 우선, 생활 패턴의 일관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교대근무 일정이 일정하다면, 쉬는 날에도 그 패턴에 너무 벗어나지 않도록 해보세요.

예를 들어 일하는 날마다 새벽 4시에 잠든다면, 쉬는 날이라고 갑자기 밤 11시에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나려 하기보다는 가능하면 평소와 비슷하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식으로요. 완벽히 똑같이 지낼 수는 없어도 수면-각성 패턴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수면 환경을 잘 갖춰야 합니다.

낮에 잘 때는 햇빛을 철저히 막아 밤처럼 어두운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두꺼운 암막 커튼을 치거나 안대를 쓰면 도움이 됩니다. 또 주변 소음을 차단하고 시원한 온도를 유지해서, 비록 시간은 낮일지라도 몸은 밤에 자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거죠.

반대로, 근무를 하는 밤 시간대에는 가능한 한 밝게 지내려고 해보세요. 실내 조명을 환하게 켜두거나 밝은 작업등을 사용하는 것이 졸음을 쫓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요즘에는 인공 태양빛 램프(라이트 박스)라고 해서 강한 빛을 내는 조명 기구를 밤근무 중에 활용하는 분들도 있어요.

이렇게 인위적으로라도 을 쬐면 몸속 시계에 "지금은 낮이야!"라는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물론 교대 근무는 우리 몸에 피로를 축적시키기 쉽습니다. 틈날 때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거나 휴식 시간을 가져주시고, 규칙적인 식사와 수분 섭취 등 기본적인 건강 관리도 더욱 신경 써야 해요.

 

낮과 밤이 뒤바뀐 상황에서도 최대한 몸을 돌봐주면서, 근무 일정과 생체 리듬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멜라토닌, 먹어도 될까?

잠을 푹 자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 해결책 중 하나가 수면 보조제일 거예요.

그중에서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멜라토닌 보충제입니다. 멜라토닌은 아까 언급했듯 우리 뇌의 송과샘에서 분비되는 수면 호르몬인데요, 이를 알약이나 젤리 형태의 건강보조제로 만들어 놓은 것이죠.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히 사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함부로 남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멜라토닌 보충제는 어디까지나 몸속 시계에게 "이제 밤이야, 잘 시간이야"라고 신호를 보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즉, 많이 먹는다고 해서 마치 수면제처럼 바로 기절하듯이 잠들게 해주는 약이 아니라는 뜻이죠.

멜라토닌 제품의 권장 복용량은 보통 1~3mg 정도의 저용량입니다. 사람에 따라 0.5mg만으로도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고, 심한 경우 5mg 정도를 쓰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가능한 낮은 용량으로 시작하는 게 좋아요.
그것을 잠자기 30분~1시간 전에 복용하면 서서히 졸음이 오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간혹 빨리 효과를 보겠다고 10mg 이상의 고용량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 오히려 다음 날 아침에 머리가 띵하고 멍한 느낌이 들 수 있고, 자연스러운 생체 리듬을 더 교란할 위험도 있습니다.
또한 멜라토닌은 장기간 매일 복용하는 것보다는 일시적으로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 시차 적응을 위해 며칠간 쓰거나, 시험이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며칠 동안 잠을 보충하려고 쓸 수는 있겠죠. 하지만 평소 생활에서 매일 수면제처럼 의존해 버리면, 근본적인 수면 습관 개선이 되지 않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멜라토닌 자체는 일반 수면제와 달리 중독성은 낮은 편이고 비교적 안전한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필요 이상으로 과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멜라토닌 외에도 시중에는 각종 수면유도제 허브 보조제(예: 발레리안, 캐모마일 등)들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약물이나 보조제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생활 습관을 먼저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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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너무 오지 않아 정말 힘들 때는 전문가와 상담하여 수면제를 처방받을 수 있지만, 이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규칙적인 수면 패턴, 빛과 환경 관리, 적절한 운동과 이완 요법들을 실천하면서, 보조제는 보충적인 도움 정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리 몸 본연의 생체 시계를 회복시키는 방법이 결국 장기적으로 가장 건강한 길이니까요.


잠 대신 깊은 휴식 취하기

끝으로, 잠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휴식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아무리 노력해도 어떤 날은 스트레스나 환경 때문에 잠을 충분히 못 잘 때도 있고, 낮에 너무 피곤하지만 잠을 잘 수 없는 상황도 있습니다. 이럴 때 명상이나 NSDR 같은 방법으로 깊은 휴식을 취하면 도움이 됩니다.
NSDR은 Non-Sleep Deep Rest의 약자인데요, 최근 스탠퍼드대학교 신경생물학자 앤드루 후버먼 교수가 소개하면서 유명해진 개념입니다. 한마디로 잠은 아니지만 잠을 잔 것과 유사한 수준의 회복 효과를 얻는 휴식 방법이에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조용한 장소에서 편안히 누워 눈을 감고 10~20분간 호흡에만 집중하며 명상을 하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깨어 있는 상태에서도 뇌가 마치 실제로 숙면을 취한 것처럼 깊은 휴식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요가의 요가 니드라(Yoga Nidra) 명상과 비슷한 방식인데 , 짧은 시간 투자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지어 학습 능력까지 향상되는 효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실제로 어떤 연구에서는 학습 후에 20분 정도 NSDR로 휴식을 취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학습 속도가 빨라졌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 전문가들은 특히 낮시간에 20분 정도 NSDR을 하면 그날 밤 숙면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합니 (비수면깊은휴식, 정말 효과 있을까? - LETHER).
혼자서는 명상에 집중하기 어렵다면 유튜브 등에 있는 가이드 영상의 도움을 받아도 좋아요.
꼭 NSDR이라는 이름을 몰라도 괜찮습니다. 그냥 잠깐 조용히 눈을 감고 깊고 느린 호흡을 하면서 몸의 힘을 푸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또는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거나, 좋아하는 향을 맡으며 조용히 눕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뇌와 몸은 깨어있는 중에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반드시 잠을 자야만 피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니까요. 바쁜 하루 중 틈이 날 때 이런 방식으로 짧게나마 휴식을 취하면, 부족한 수면으로 인한 피로도 줄이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결국 생체 리듬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거창한 과학 실험이 아니라, 내 생활을 자연의 리듬에 맞게 조율하는 일입니다. 아침에는 햇살과 함께 리듬을 깨우고, 밤에는 어둠 속에서 고요히 휴식을 취하세요.
낮에 활동할 때는 온전히 깨어있고, 밤에 잘 때는 깊이 잠드는 이 단순한 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눈에 띄게 향상될 거예요. 오늘 밤에도 자기 전 불빛을 낮추고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혀 보세요. 몸속 시계가 들려주는 신호에 귀 기울이며 생활한다면, 매일 아침이 조금 더 상쾌하고 매일 밤이 조금 더 편안해질 것입니다. 잘 자고 잘 깬다는 간단한 변화가 여러분의 하루를 더욱 활기차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좋은 밤 보내세요. 내일 아침, 한결 가뿐한 마음으로 맞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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